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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에 대한 체험, 그리고 어릴적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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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10-19 13:45글쓴이 소오강호조회 :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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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철학 대학원에 진학을 준비 중인 한 청년입니다.
제가 철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화엄 사상에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지원서를 작성하며 제가 경험한 화엄에 관해 기술하던 도중, 문득 어릴 때의 인연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 해광사라는 인천의 한 화엄종 산하의 절에서 잠시 제사를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저 제사 명목으로 몇번 방문했을 뿐, 신앙의 인연을 맺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때의 인연으로 화엄에 대한 체험을 얻은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제가 겪은 체험을 그곳과 공유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해광사를 찾아보았으나 그곳은 웹사이트가 없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하여 여기에라도 글을 남겨봅니다.
이하는 저의 대학원 지원서의 앞부분입니다.
모든 분의 평안을 빕니다.
***
저의 철학 탐구는 17세 때 겪은 체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어느 명상 단체에 호기심으로 방문했다가 ‘우주에서 모든 것이 나왔고 우주는 그대로 있다’와 비슷한 문장을 보았는데,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개체와 전체가 하나 되는 체험을 며칠간 했습니다.
그 체험의 상태는 훗날 살펴보니 화엄에서 말하는 일즉다 다즉일, 사사무애,
해인海印 혹은 인드라망이라 할 수 있는 중첩적인 우주적 진동의 상태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당시 저는 화엄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나 훗날 보니 법성게의 표현이 그 체험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었습니다.
모래알 속에 우주가 있다는 말도 맞습니다. 모래 내부에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고 모래 자체가 우주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능산적 자연’을 신이라고 한 스피노자가 범내재신론이라 불리기도 한다면,
제가 본 것은 현상이(소산적 자연) 우주를 머금고 있었기에 진정한 범신론적 체험이었습니다.
이 체험은 ‘우주에서 모든 것이 나왔고 우주는 그대로 있다’라는 철학적 이해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 개념은 공허한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을 통해 존재가 변할 수도 있고 세상이 변할 수도 있기에 철학이야말로 가장 역동적인 학문입니다.
(중략)
soohgangho@icloud.com 올림